The Sun and The Seven Skies

(CURRENTLY IN PROGRESS)

0.0 Beginning

이 하나의 캐릭터로부터 모든게 시작되었다. 여기에 나와있듯 금강앵무 여인은 내가 만든 첫 캐릭터였고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이미지로서 당연히 그에 대한 애정 역시 엄청났다. 그렇게 실제 피규어로도 제작해보고자 아트토이 수업을 신청하였지만 학기중에 토요일 오전마다 왕복 세시간의 수업을 듣기에 나는 너무 게을렀다. 게다가 하루만에 완성되는 클레이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매주 조금씩 진도를 나가며 굳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피규어 작업과는 맞지 않았던것 같다. 나의 타는 게으름으로 좌절하다 문득 3D 그래픽 툴이 떠올랐다. 

학부 시절 수업 기억을 더듬으며 유튜브의 Cinema4D 강의를 더해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보면 정말 충격적인 이미지이지만 당시 이걸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내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만들어지다니! (당시에는) 이렇게 진짜처럼 보이고 카메라로 이곳 저곳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니! 마치 이상한 3D 나라의 김준하가 된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위의 이미지로 만족하지 않고 하나하나 손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성이 되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지금의 다양해진 작업들도 좋지만 이때만의 깔끔한 느낌이 있는 듯하다.

0.1 Variation

금강앵무 여인을 새로운 차원으로 표현해낸 결과가 마음에 들어 곧바로 그녀의 쌍둥이 청금강앵무 여인을 만들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충격적이었다. 2D에서는 작은 부분 하나를 고치려고 해도 수많은 레이어 컴포지션들을 손봐야 했는데 3D에서는 클릭 몇번으로 아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상상도 못한 차원이었다.┏0┛

게임 회사들이 왜 그렇게 색만 바꿔서 스킨을 내는지 깨닫는 순간이었고 너무 신난 나머지 이틀동안 먹고 자는 것도 잊고 마치 변주곡처럼 앵무여인들을 변신시켜보았다. 하나씩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새들과 그 개성을 살려 변형을 시도했고 그렇게 새로운 여왕들이 탄생했다.

첫번째 시도는 올빼미였다. 지혜로우면서도 비밀을 가진듯한 그 마성의 무표정을 고급스럽고 풍만한 오페라 가수의 이미지로 제작해보았다. 여러 화려한 캐릭터들 중에서 오히려 심플한 느낌이 돋보여 전체적인 색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 중 하나이다.

다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독수리 여왕이다.

 

(여기서 TMI 하나, 우리가 흔히 대머리 독수리라고 말하는 미국의 상징인 크고 아름다운 새는 bald eagle이 잘못 번역된 말로 여기서 bald는 대머리가 아니라 고대 영어로 ‘흰 머리’라는 뜻이다. 또한 독수리의 ‘독(禿)’이 곧 "대머리"를 뜻하기에 대머리 독수리는 ‘대머리 대머리 수리’라는 아주 슬픈 오역이 된다. 고로 이 독수리 여왕은 아프리카에서 시체를 뜯어먹는 벌쳐라는 맹금류를 모티브로 하고 흔히 말하는 독수리는 뒤에 나올 흰머리수리를 뜻한다. 끝!)

 

붉게 벗겨진 머리에 목을 둘러싼 솜털, 남겨진 사체를 뜯어먹는 습성까지 말만 보면 거의 괴수대백과이다. 그리고 그 그로테스크한 괴수의 이미지를 담고 싶다보니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 <노스페라투>를 오마주하였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깡마른 체형에 창백한 피부, 그리고 크게 뜬 눈까지 더하니 나의 영웅 팀버튼 영화에 나올법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신났다.

내가 만드는 캐릭터들은 보통 머리속에 그려져서 실제로 완성될때까지 비슷한 느낌의 흐름으로 만들어지는데 보다시피 처음 홍학 여왕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진 유일한 경우이다. 처음 디자인에선 머리를 타이트하게 묶은 챠브(Chav)를 더해 홍학의 활기차고 밝은 느낌을 살렸었다. 적어도 그게 계획이었다. 하지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대로 만들다보니 아무런 특징이 없었고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홍학여왕 버전 2가 탄생했다! 가장 밝고 컬러풀한 홍학의 느낌에 오히려 정반대의 무표정에 무채색인 여왕을 더해보았고 오히려 그 차이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러한 설정은 나중에 여왕들이 각자의 상징을 가지게 됬을 때에도 유지되어 가장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홍학 여인이 감정을 상징하게 된다.

별다른 계획없이 갑자기 만들어진 프로젝트였지만 다섯 여왕들을 만들고 공개하자 지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 가보자는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제는 동북아시아의 상징이자 흑백에 머리만 붉게 빛나는 이 신비로운 새 두루미였다. 그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붉은 챙 모자가 항상 얼굴의 반을 가린듯한 이미지를 주었다. 또한 기존 여왕들보다 나이가 있음을 암시하기 위해 코트를 길게 늘어뜨려 고상한 느낌을 더했다.

일곱번째 여왕은 흰머리수리 여왕이었다. 그 위엄과 위풍당당함으로 여러 국가들의 상징으로 쓰이는 가장 멋진 맹금류의 타이틀에 맞게 가장 강하고 멋진 여왕을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시커먼 선글라스에 시가를 물고 스카치 한병 쯤은 원샷으로 마실 법한 장군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또한 다른 여왕들처럼 부드러운 털코트로는 느낌이 살지 않아 당당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풍성한 코트를 더하였다.

게임 스킨에도 전설 스킨이 있고, 피규어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있듯 ‘프리미엄’은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무언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과제는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다. 그렇게 프리미엄 여왕을 만들고자 했고 그 주인공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공작새(사실 동물 대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로 정하였다. 하늘의 여왕들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태양이 떠올랐고 마침 그 모양이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핀 모습과 비슷하여 기존 공작새의 푸른색을 변형하여 ‘태양의 붉은 공작 여신’으로 컨셉을 정하였다.

 

기존 많은 신화들에서 최고신, 즉 하늘 혹은 태양의 신을 남성으로, 바다와 달의 신을 여성으로 설정하여 각각 양과 음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어 나의 세상에선 그 반대를 상상해보았다. 하늘의 일곱 여왕들의 어머니답게 네개의 팔, 길게 내려오는 코트, 태양처럼 활짝 펼쳐진 공작 꼬리 등으로 특징을 더하였고 그 중 태양을 닮은 붉은 공작 여신의 머리가 개성을 정말 잘 살리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이렇게 태양의 붉은 공작 여신과 그녀의 딸, 일곱 하늘의 여왕들이 완성되었다.

0.2 Story

사실 이 당시까지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들을 만들었을 뿐 지금과 같은 자세한 컨셉이 없었다. 그냥 항상 동물들을 좋아했고 그 이미지를 살려 인물로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곱 여왕들을 완성하고 모아보니 이들에게 제대로 된 스토리만 더해진다면 내 오랜 꿈이었던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우선 일곱 여왕, 일곱 하늘이라는 어감이 마음에 들어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지개의 일곱 빛깔이 연상되어서인 듯 했다. 그럼 왜 무지개엔 일곱 색깔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파란 하늘에 살고있는데 왜 하늘은 파란걸까? 물론 과학적인 이유야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신화고 나는 문과라 원시인 수준의 과학 지식을 지녔다. 눈에 보이는 걸 그저 상상할 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시작부터 하늘은 그 주인에 따라 색이 바뀌어 왔고 빨간 하늘, 주황 하늘, 노랑 하늘, 초록 하늘을 지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하늘이 파란색이라면 어떨까? 하늘색이 ‘하늘’색이 아니라니 혼자 상상하며 신나버렸다. 사실 이때부터는 하늘이 도왔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았다. 

 

태초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서 붉은 공작 여신이 깨어나 거대한 하품을 하여 그녀가 내쉰 숨이 대기가 되었고 흘린 눈물이 바다가 되었으며 우렁찬 소리가 그 둘을 갈라 놓았다. 바다로부터 푸른 비단잉어 신이 깨어났으니 둘은 사랑하게 되었다. 곧 붉은 공작 여신과 푸른 잉어 신 사이에서는 여러 자식들이 태어났고 그 중 일곱 딸들은 어머니와 함께 하늘을 다섯 아들들은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다스리게 되었다.

0.3 Naming

이렇게 스토리의 배경을 쓰고나니 신화들의 천지 창조의 내용을 담게 되었고 그렇다면 이제 이들도 자신만의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가벼운 사람이다. 라틴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이런 어려운 언어들에 의미를 더해 그럴싸한 이름을 짓지 않고 그냥 재밌게 이름들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괜히 푸른 비단잉어 신과 붉은 공작 여신 이 두 명의 최고신들에게 철수와 영희라는 괴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한참하다가 우연치 않게 영희(Younghee)와 철수(Cheolsoo)의 영문명을 거꾸로 뒤집어 보았는데 이에누오이(Eehgnuoy)와 오오슬로에(Oosloehc)라는 판타지에 나올법한 더없이 신(神)스러운 이름이 탄생하였다. 또한 이러한 작명이 기존 신화들에서 반복되는 점들을 뒤집어 만들고자한 나의 의도에도 잘 맞아 이 둘을 시작으로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이름들을 변형하여 각 캐릭터들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들을 만들어 주었다.

1.1 The Crane Queen

공작 여신과 그녀의 태양을 가장 닮은 첫번째 딸이 가져온 최초의 하늘은 붉은 색이었다. 붉은 색은 피를 연상시키며 피는 곧 ‘생명’이자 ‘탄생’을 상징한다. 그렇게 태양과 같은 붉은 모자를 쓴 신비로운 두루미 여왕이 붉은 하늘의 주인이 되었고 그녀의 하늘 아래 모든 만물이 탄생하였다. 두루미 여왕의 이름은 윤서(Yunseo)를 뒤집은 오에스누이(Oesnuy)로 첫번째 자식인만큼 부모와 이름이 가장 닮도록 지어졌다.

1.2 The Eagle Queen

그렇게 탄생된 생명들은 또 새로운 생명들을 낳고 기나긴 세월이 흐르자 세상은 어지러워졌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질서와 규칙이었다. 질서는 강하고 엄격하다. 일곱 여왕들 중 누가봐도 강하고 엄격하게 보이는 흰머리수리 여왕이 주황 하늘의 주인으로 정해졌다. 이름은 은지(Eunji)를 뒤집은 이즈누(Ijnue)로 짧으면서도 강해보이는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1.3 The Flamingo Queen

하지만 질서와 규칙으로만 세워진 세상은 차갑고 딱딱했다. 세상 만물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이에 노란 하늘의 시대에 내려온 홍학 여왕은 세상에 감정을 가져왔다. 일곱 여왕들 중 가장 표정이 없는 그녀가 오히려 감정의 전달자로 가장 적합하였다. 그녀로부터 우리는 울고 화내고 기뻐하며 모든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 아마 가장 중성적으로 쓰이는 민재(Minjae)라는 이름을 원래도 좋아했고 거꾸로 한 에아즈님(Eajnim)도 너무 좋아 홍학 여왕에게 그 이름을 지어주었다.

1.4 The Blue

Macaw Queen

생명들이 탄생하고 질서가 생기고 감정이 생기자 우리들은 세상을 더욱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이를 위해 청금강앵무 여왕이 초록 하늘과 함께 내려와 세상에 지혜를 선물했다. 물론 그녀 이전에 지식은 존재했지만, 우리가 머리로 아는 것이 지식이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혜이니 바로 이 지혜가 그녀의 선물이었다. 이름은 미진(Meejin)을 뒤집은 니지엠(Nijeem)으로 뒤에 나올 금강앵무 여왕과 이어서 설명할 것이다.

1.5 The Scarlet

Macaw Queen

초록 하늘의 시대가 지나자 푸른 하늘이 찾아왔으니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이다. 질서와 감정과 지혜를 얻게 된 만물들이 다음으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자유이다. 나는 모태신앙이 기독교로서 성경을 보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 믿음, 사랑, 소망보다도 ‘자유 의지’ 그 자체임을 깨달았었다. 만물이 가지는 모든 가치들은 각자가 가진 자유 의지를 바탕으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만큼 자연스럽게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금강앵무 여왕이 바로 우리의 푸른 하늘과 자유의 전달자로 정해지게 되었다. 이름의 유래는 유진(Yoojin)으로서 어감 자체가 중성적이면서도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그 특이성이 너무 좋아 이를 뒤집어 니주우이(Nijooy)라는 이름을 주게 되었다. 또한 지혜의 청금강앵무 여왕과 쌍둥이로서 알지 못 하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롭지 못하면 알 수 없듯 지혜와 자유가 서로 불가결함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여 이름 역시 미진과 유진, 니지엠과 니주우이로 서로 닮아 있다.

1.6 The Owl Queen

이후의 이야기는 아직 오지 않은 시대이다. 금강앵무 여왕의 푸른 하늘의 시대가 끝나면 올빼미 여왕의 남색 하늘이 찾아올 것이고 자유로워진 만물은 마침내 풍요로운 세상 속에 살게 된다. 일곱 여왕들 중 가장 풍요로운 이미지의 올빼미 여왕인지라 전혀 고민할 거리가 없었다. 이름은 수현(Soohyeon)을 뒤집은 노에후스(Noeyhoos)로서 올빼미과의 울음소리인 hoo가 들어간 점이 마음에 들어 이와 같이 정하였다.

1.7 The Vulture Queen

모든 하늘들이 지나고 난 최후엔 보라색 하늘의 시대가 올 것이다. 시작과 탄생이 있다면 끝과 죽음 역시 있어야 한다. 보라색 하늘에서 모든 만물이 그 끝을 다한 뒤 세상은 무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다시 붉은색 하늘이 시작되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혼돈과 종말을 상징하는 보라색은 무지개에서도 마지막 색이며 공교롭게도 이러한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독수리 여왕이 보라색 하늘의 주인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몇번째 세상인지는 알 수 없다. 이름은 수빈(Subin)을 거꾸로 한 니부스(Nibus)로 독수리 여왕의 이미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지어주었다.

위의 과정들처럼 우연히 만들어진 일곱 여왕들이었지만 세상이 만들어지는 흐름과 여왕들 각각의 개성들이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진 부분들이 많았고 그렇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며 점점 세상이 확장되어 갔다. 곧 이어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우리의 위에는 하늘, 아래에는 바다 그리고 그 중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있다. 이를 고려해 하늘의 여왕들과 바다의 대왕들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대지의 아이들의 컨셉을 생각했고 이젠 바다의 대왕들을 만들 차례였다.

All Rights Reserved to Juna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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